제주 공항 근처 맛집 ‘어멍 밥집’
인생 맛집을 찾았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어멍 밥집’이 바로 그곳입니다. ‘어멍’은 ‘어머니’를 의미하는 제주어로, ‘어머니 밥집’을 뜻합니다.
식당이 자리한 동네는 다소 한산했습니다. 주택가와 가게가 적당히 운집해 있고, 구도심권이라 그런지 동네는 대체로 차분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어멍 밥집은 인터넷 서칭을 통해 찾은 곳은 아닙니다. 제주 공항 근처 맛집을 검색하다 샤브샤브 식당을 방문하려 했으나 문을 닫는 바람에 주변에 식당을 둘러보다 무턱대고 방문한 곳이었죠.
제주시 중앙로 24길 18(삼도이동 1238-1)에 위치한 이 식당은 김치찌개를 비롯해 된장찌개, 닭육개장, 순두부찌개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입니다.
이밖에도 고등어구이는 물론 두부김치, 김치만두전골, 제육볶음 등도 안주류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메뉴판은 아래와 같습니다.
메뉴판
식사류: 김치찌개/된장찌개/참치찌개/닭육개장/순두부찌개/뚝배기불고기
안주류: 고등어구이/두부김치/김치만두전골/제육볶음/닭도리탕
주류: 소주/맥주/막걸리/음료수
계절 음식: 자리물회/한치물회
고심 끝에 닭육개장을 주문했습니다.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 세팅된 밑반찬을 보니 군침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두부무침부터 배추김치, 파겉절이, 콩나물 무침, 나물 등 주인 할머니께서 하나하나 직접 만드신 반찬이었습니다.
이 중 두부무침은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습니다. 된장을 기반으로 했는지 청국장 느낌도 조금 났고, 무엇보다 맛있다는 겁니다. 배추김치, 나물 등의 밑반찬도 좋았지만 단연 으뜸은 두부무침이었습니다.
두부무침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달달한 것이 닭육개장이 나오기도 전에 한 접시를 다 비워냈습니다. 두부무침 뿐만 아니라 다른 밑반찬도 리필이 가능했습니다.
밥도 맨밥이 아닌 콩과 잡곡을 넣은 영영식이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할머니의 애정이 듬뿍 느껴졌습니다.
닭육개장
이윽고 나온 닭육개장은 시각적인 측면에서 여느 육개장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시식 전 아무리 사진을 찍어봐도 맛 스럽게 보이지 않아 심드렁했으나 맛은 보기와 다르게 훌륭했습니다.
고사리와 나물, 당면이 이렇게 조화로울 수 있구나 감탄하며 먹기 시작했습니다. 맛은 싱겁지 않으면서도 맵지도 않은, 담백하면서고 구수한 맛이었습니다. 자극적인 음식보다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저로선 매우 만족스러운 메뉴였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닭육개장임에도 닭고기가 아주 적게 들어갔다는 점. 사실상 육개장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음식 맛은 훌륭했습니다.
국물까지 말끔히 비워내니 주인 할머니께서 생긋 웃으시며 “잘 먹었느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어멍 밥집은 제주 공항 근처 맛집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주인 할머니의 손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주인 할머니께서는 제주 사투리가 구수한데다 목소리까지 참으로 우렁차셨습니다. 식사 당시에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매스컴에서 관련 방송이 쏟아져 나올 때였습니다.
식사 중 저 역시 TV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라며 매우 안타까워 하시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토로하셨습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어멍 밥집’은 집밥을 찾는 이들 또는 북적되는 장소를 싫어하는 분들, 나홀로 여행객들에게 적극 추천해 드리고 싶은 식당입니다.
참고로 식당 인근엔 제주시청과 제주동문시장이 자리해 있습니다. 제주시청과는 걸어서 불과 10~15분거리, 제주동문시장과도 도보로 약15분 거리로 매우 가깝습니다. 신제주(노형,연동)는 도보로 가기엔 멀고, 버스 이용시 약 30분 가량 소요됩니다.
가는 길 및 위치
-제주국제공항 출발시 시민회관에서 하차
-신제주 출발시 시민회관에서 하차
-제주시청 출발시 걸어서 이동(도보 약 15분)
전화: 064) 753-1598
위치: 제주시 중앙로 24길 18
영업시간: 아침부터 저녁까지(아침 식사 가능)
“할머니 잘 먹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