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7회를 맞은 춘사국제영화제가 지난 9월 30일 개최됐으나, 정작 우리나라 작품들로만 한정해 열리면서 ‘국제영화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해 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제는 한국영화감독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의 영화 시상식입니다. 한국 영화계의 선구자이자 항일독립투사로 지금은 고인이 된 영화배우 나운규를 기리기 위해 열리는 비영리 경쟁 영화제입니다.
이 영화제가 처음 개최된 것은 지난 1990년입니다. 당시에는 춘사예술 영화상이라는 이름으로 열렸습니다. 이후 2000년까지 이 명칭을 사용해오다 2001년 춘사 나운규 영화 예술제로 이름을 바꿉니다.
이후 2006년~2010년 이천 춘사 대상 영화제, 2014년~2017년 춘사영화상, 2018년 춘사영화제, 올해에는 처음으로 ‘국제’를 넣어 ‘춘사국제영화제’로 정식 명칭을 바꿨습니다.
국제영화제는 이름 그대로 자국의 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해외 영화들도 초청해 시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춘사국제영화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열렸던 27회 시상식을 보면 각 부문 후보작들이 모두 한국 영화로만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제의 작품 선정 기준은 뭘까요?
춘사국제영화제는 선정기준에 대해 “시상 연도 전년 설 이후 개봉 작품부터 시상 당해 연도 설 개봉된 한국 영화로 정한다. 단 특정 사유로 인해 필요 시 선정 기준은 조절할 수 있으며 특별상 부문은 예외로 한다”며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자가 제작, 감독한 한국 영화”라고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 영화에 한정해 상을 주겠다는 겁니다. 한국 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해외 영화들을 초청해 시상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를 상기하면 참으로 아쉬운 대목입니다.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영화 감독과 작품의 권위를 높여 최우수 감독상이 그랑프리가 되는 국내 유일 영화제이자, 아시아 영화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아시아 영화인들의 축제”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실상은 ‘아시아 영화인들의 축제’가 아닌 ‘그들만의 축제’에 머물고 있는 셈입니다.
부디 내년에는 국제영화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각국의 훌륭한 영화들을 초청해 이름 그대로 국제적으로 뻗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