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길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사랑했지만, 거리에서, 이등병의 편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수 많은 명곡들을 남기고 떠난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을 추억하고 기릴 수 있는 장소에 다녀왔습니다.
김광석길 또는 김광석거리라고 불리우는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바로 그 곳입니다. 제가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을 방문할 당시에는 매섭도록 추웠던 2018년 1월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입구에 세워진 김광석 동상에는 그가 춥지 않도록 겨울모자와 함께 목도리가 둘러져 있었습니다.
대구 중구 대봉동 6-11에 위치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은 김광석의 음악을 테마로 대구 방천시장 골목길에 조성된 김광석 벽화거리입니다.
벽화거리를 만들기 위해 무려 11개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고 하는데, 지난 2010년 11월 김광석길이 조성됐으니 어느새 12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김광석길을 거닐다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만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형. 소주 안주로 제일 좋은 게 뭔 줄 알아요? 그건 말이예요… 김광석의 노래예요. 소주 안주로는 김광석 노래가 최고라고요…”
김광석길에는 방문자들이 남긴 각종 글귀들이 가득했습니다. 여기에는 방문자들의 이름에서부터 외국어로 작성한 글까지, 수많은 이들의 방문 소감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가수 김광석이 거닐었던 발자취
김광석은 1964년 대구시 대봉동에서 태어났습니다. 김광석이 대구에서 태어나긴 했으나 이 곳에서 쭉 살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김광석은 다섯 살 되던 해 서울로 이주했고 이후 중학교 시절 관현악부 활동을 통해 서서히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가 민중가요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대학 진학 이후였습니다. 기타 역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죠. 김광석은 당시 대학 동아리 멤버들과 소극장에서 민중가요를 부르며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김광석은 그 즈음 김민기와 함께 ‘노래를 찾는 사람들’ 일명 ‘노찾사’를 결성하게 되고 1987년 노찾사의 첫 정기공연을 시작으로 자신의 이름을 점차 세상에 알리기 시작합니다.
김광석은 당시 유명인이었던 산울림의 김창완과 아주 뜻 깊은 인연을 맺음으로써 본격적으로 가수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당시 김창완은 김광석이 멤버로 있었던 노찾사의 노래를 듣고 정식으로 음반을 내자며 권유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죠.
이듬해인 1988년 김광석은 친구들과 그룹 ‘동물원(7인조)’을 결성하고 정식 음반을 발매하는 등 이때부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펼치게 됩니다.
그러나 김광석의 그룹(동물원) 활동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김광석은 이듬해인 1989년 동물원을 나와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다시 관객과 대중 앞에 섭니다.
김광석은 너에게, 기다려줘 등을 담은 솔로 1집 앨범을 세상에 내놓으며 대중들로부터 폭발적인 반향을 이끌어 냅니다.
김광석은 이후 사랑했지만, 그날들을 수록한 2집에 이어 3집(사랑이라는 이유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4집(나의 노래 등)을 발매하며 우리나라 대중 가요 역사의 한 획을 긋게 됩니다.
사실 그의 정규 음반은 총 4집에 불과하지만 4집 모두 아직까지도 명반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수 많은 명곡들을 남긴 채 1996년 1월 6일 생을 마감하며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됩니다.
비록 그는 세상을 떠났으나 김광석이라는 이름은 적지 않은 뮤지션들에게 있어 여전히 수많은 영감을 주고 음악적 모태가 되고 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수십 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수 많은 가수들에 의해 그의 노래가 불려지고 있는 것을 보면 김광석의 파급력은 사후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희망 찾으려는 이들에게 비상구 됐으면”
김광석은 살아 생전 자신의 노래가 희망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비상구가 됐으면 한다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죠.
실제로 그는 인터뷰에서 이 같은 어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있어요. 그 상처는 누군가 반드시 보듬어 안아야만 해요. 제 노래가 힘겨운 삶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비상구가 되었으면 해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를 OST에 삽입했던 박찬욱 감독은 당시 김광석의 사망 소식을 듣고 “김광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우리는 그가 있어 80년대를 버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만일 김광석이 지금 살아있다면 올해(2022년) 59세가 되는군요.
김광석길 한켠에 마련된 소규모 야외무대. 아마도 이 야외무대에서는 김광석의 노래를 다시 부르고 그를 추억하기 위한 공간으로 쓰여지는 듯 했습니다.
기타를 짊어진 채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있는 김광석.
사실 김광석은 살아 생전 이런 말을 남긴 바 있습니다. 자신이 40살이 되면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유럽을 여행하고 싶다고. 아마도 이 벽화는 그가 끝내 이루지 못했던 버킷 리스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광석길에는 그의 가사들을 주제로 한 벽화들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의 노래가 희망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비상구가 됐으면 한다는 김광석의 말처럼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26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래는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심어주고 있었습니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위치: 대구 중구 대봉동 6-11
-방문 가능 시간: 24시간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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